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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 트렌드 중 ‘네오 브루탈리즘’을 소규모 스튜디오가 무리 없이 도입하는 조건

최근 디자인 업계 피드에서는 거친 질감과 두꺼운 테두리, 투박한 구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과거 2010년대 중반의 플랫 디자인이 질서와 단순함을 강조했다면, 지금의 흐름은 의도적으로 ‘불완전한 완성도’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선회한 모양새다. 특히 20~30대 초년생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이러한 스타일이 포트폴리오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채택되는 빈도가 늘었다. 그러나 모든 작업물에 이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규모 스튜디오의 인력 구조와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트렌드 도입의 성패가 갈린다. 이 글에서는 네오 브루탈리즘의 실질적인 적용 조건을 데이터가 아닌 업계의 관찰과 사례 비교를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어느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사례가 흥미로웠다. 그는 최근 진행한 브랜딩 프로젝트에서 의뢰인의 요청을 무시하고 전면에 네오 브루탈리즘을 적용했다. 결과물은 디자인 어워드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해당 브랜드의 주 고객층인 중장년층에게는 외면받았다. 판매 수치가 급락하자 의뢰인은 디자인을 즉시 교체했고, 그 프리랜서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 에피소드는 하나의 교훈을 남긴다. 즉, 트렌드의 도입 여부는 디자이너의 취향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목표 수용층이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창작 노하우의 정수는 남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스타일이 필요한 순간을 정확히 읽어내는 데 있다.

이 지점에서 네오 브루탈리즘이라는 트렌드의 내적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스타일은 기능주의에서 파생되었지만, 그 표현 방식은 극단적인 대비를 이용한다.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는 무거운 폰트, 하드 섀도우, 원색 계열의 강렬한 컬러 대비, 그리고 의도적인 그리드 파괴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실행될 때는 디자이너의 역량에 따라 품질 편차가 극심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큰 에이전시는 여러 명이 협업하여 이러한 공격적인 비주얼을 다듬지만, 3~5인 규모의 스튜디오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약 그 디자이너가 컬러 팔레트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작정 원색을 조합한다면, 결과물은 고급스러운 트렌드가 아닌 저가의 느낌으로 전락하기 쉽다.

따라서 소규모 스튜디오가 이 스타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조건으로 특정한 색채 전략이 필요하다. 네오 브루탈리즘에서 컬러 팔레트는 단순히 튀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제한된 범위 안에서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검정과 흰색으로만 구성하거나, 하나의 강조색을 중립 톤과 결합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실제로 이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소화하는 스튜디오들을 보면 다수의 색상을 난잡하게 쓰기보다 극단적으로 줄인 팔레트로 긴장감을 만든다. 이는 곧 타이포그래피의 기초와도 연결된다. 네오 브루탈리즘에서 폰트는 이미지 못지않은 위상을 가진다. 그러나 이 스타일을 처음 접하는 디자이너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굵은 서체를 남발한다는 점이다. 무거운 타입페이스를 모든 곳에 적용하면 독자는 시각적 피로를 느끼고 메시지가 흐려진다. 대신 헤드라인에만 극단적인 무게감을 주고 본문은 오히려 깔끔하게 정돈하는 대비가 필요하다.

브랜드 로고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이 트렌드는 조건부로 접근해야 한다. 네오 브루탈리즘의 투박한 형태는 신생 브랜드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도구로는 효과적이다. 스타트업이나 문화 예술 분야의 소규모 단체는 이 스타일을 로고에 적용함으로써 기존의 부드럽고 우아한 로고들과 확실히 구분된다. 그러나 이는 로고의 확장성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작은 사이즈로 축소되었을 때의 가독성 문제, 흑백 변환 시 형태 유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로고는 원본에서는 강렬했지만 명함이나 명함보다 작은 인쇄물에서는 형태가 뭉개지며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했다. 따라서 소규모 스튜디오가 로고에 이 트렌드를 적용하려면, 단순 로고가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확장 시뮬레이션을 먼저 수행해야 한다.

또한 고객과의 소통 전략은 이 스타일 도입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클라이언트는 네오 브루탈리즘을 보고 ‘미완성’이라고 오해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일반 대중의 눈에는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투박함이 더 쉽게 ‘대충 만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규모 스튜디오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부터 고객에게 스타일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포트폴리오에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스타일이 왜 그들의 브랜드 메시지에 부합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실무적인 팁은 의뢰인에게 두 가지 이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나는 안전한 기존 스타일이고, 다른 하나는 네오 브루탈리즘이 적용된 방향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의뢰인이 선택의 주체가 되고, 결과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게 된다.

포트폴리오 제작 방법 측면에서도 이 트렌드는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신입 디자이너들이 이 스타일을 작업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자신이 과도한 장식을 배제하고 본질적인 구조에 집중한 경험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신호가 된다. 그러나 모든 작업물을 동일한 스타일로 채우는 것은 오히려 폭넓은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이력서에 이러한 트렌드 작업을 배치할 때는 그 프로젝트의 결과와 목표를 명확하게 함께 표기해야 한다. 관객의 반응이나 매출 증대 같은 정성적 지표가 없는 순수한 디자인 실험작은 그 실험이 가지는 맥락을 설명하지 않으면 그저 유행을 쫓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 탐구와 디자인 툴 활용법 역시 네오 브루탈리즘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한 중요한 축이다. 실제로 이 스타일의 구현은 전용 디자인 툴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툴의 기능을 극한으로 활용하는 방식에 가깝다. 예를 들어 벡터 그래픽 프로그램의 파괴적인 필터 사용이나, 격자 구도를 무시한 오브젝트 배치 같은 기능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가 프로그래밍된 툴의 기능을 익히는 것보다, 툴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조작하는 태도이다. 스타일의 완성도는 툴의 기능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오히려 디자이너의 조형 감각과 비례한다.

그렇다면 소규모 스튜디오가 이 트렌드를 무리 없이 도입하기 위한 최종적인 조건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트렌드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 스튜디오가 보유한 인력의 시각적 판단력이 검증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나의 완성된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과감함과 절제의 균형을 잡는 안목이다. 이러한 안목이 없는 상태에서 트렌드를 도입하면 작업물은 유행에 휩쓸린 모방작에 그치고 만다. 다음으로 프로젝트의 특성을 세밀하게 분류해야 한다. 고객이 혁신적인 이미지를 원하는 브랜드인지, 아니면 신뢰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브랜드인지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트렌드의 수명에 대비해야 한다. 네오 브루탈리즘은 언젠가 또 다른 새로운 트렌드로 대체될 것이다. 스튜디오는 하나의 트렌드에 국한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얻은 조형적 실험 정신을 다음 스타일에 전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외형의 모방이 아니라 사고의 확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 트렌드는 순환하지만,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구조화하는 창작 노하우는 언제나 빛을 발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트렌드를 쫓는 열정보다 트렌드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냉정한 평가와 판단이다.